
강남역 상권을 오래 지켜본 사람이라면 최근 변화가 꽤 뚜렷하게 느껴질 겁니다.
한때는 다양한 업종이 섞여 있던 상권이었지만, 지금은 점점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바로 ‘병원 중심 상권’으로의 변화입니다.
과거 강남의 대표적인 메디컬 라인은 강남대로를 따라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그리고 신사역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피부과,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치과와 안과까지 모여 있는 뷰티중심의 의료 상권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병원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강남대로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강남역 자체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높지만, 강남대로 라인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습니다.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요가 테헤란로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강남역에서 국기원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고, 최근에는 역삼역 인근까지 병원으로 전환되는 층이 있는 건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변화는 병원들이 1층이나 지하층까지 내려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강남역 일대 1층은 임대료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병원이 들어오기 어려운 자리였습니다. 주로 카페, 브랜드 매장, 은행 같은 업종이 1층을 차지하고 있었죠.
하지만 비대면 흐름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은행 점포는 빠르게 줄어들었고,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면서 1층 판매 매장들도 점점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공실이 생긴 1층 자리에 병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병원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고도 1층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대로변 기준으로 보면 1층 임대료는 전용 평당 NOC 50만원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입점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이 뒷받침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K-뷰티 시장의 성장 영향이 큽니다. 과거에는 국내 수요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고객들이 의료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습니다. 실제로 외국인 1인이 의료 뷰티 목적으로 사용하는 비용이 400만원에서 90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더라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실제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테헤란로에 위치한 역삼동 동경빌딩 1층에는 최근 피부과가 입점했는데, 해당 자리는 과거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가 사용하던 공간으로 오랜 기간 공실이었던 곳입니다. 정확한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입지와 시세를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임대료 수준에서 계약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과거 리테일 매장이 있던 통임대 건물들이 병원으로 대체되는 흐름도 신논현역과 논현역 일대에서도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 강남역 테헤란로 동경빌딩 1층 피부과 ▲ 신논현역 강남대로 통임대 피부과
이러한 변화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대면과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성형외과 수술이나 피부과 시술은 결국 사람이 직접 방문해야 하는 오프라인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그 수요는 여전히 강남역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강남대로가 포화되자 자연스럽게 테헤란로로 확장되는 흐름은 과거 오피스 시장이 호황이었을 때 테헤란로에 공실이 사라지고 임차 경쟁이 붙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결국 지금 강남역은 단순한 상권 변화가 아니라, “리테일 중심 거리에서 의료 중심 거리로 재편되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수요 구조가 바뀌면서 만들어진 흐름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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